나는 50대 후반의 개발자다. 근 30년 동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해왔다. 지금 은퇴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나에게 개발을 요청하는 고객이 있어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개발자의 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AI가 있다.
처음에는 AI를 개발을 도와주는 편리한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이제는 그렇게만 부르기 어렵다. 코드를 쓰고, 오류를 찾고, 테스트를 만들고,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는 과정 곳곳에 AI가 들어와 있다. 내가 일을 하는 방식뿐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까지 바꾸고 있다.
토큰이 떨어지면 일이 멈추는 개발자들
요즘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는 “토큰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농담을 한다. 과장이 섞인 말이지만 완전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나면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테스트 코드까지 AI에게 맡기는 경우가 흔해졌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직접 코딩하는 때가 있지만, 전체 작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많이 줄었다. 주로 내가 오래전에 만들어둔 코드를 유지보수할 때 직접 손을 댄다. AI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작은 변경 때문에 기존에 잘되던 기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드의 사정과 오랜 맥락을 내가 가장 잘 아는 경우에는 여전히 직접 확인하고 고치는 편이 마음이 놓인다.
반면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에서는 대부분 AI가 코드를 작성한다. 나는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필요한 조건을 설명하고, 나온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한다. 예전에는 손으로 코드를 입력하는 시간이 개발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문제를 나누고 방향을 잡고 결과를 판단하는 시간이 훨씬 중요해졌다.
AI가 코드를 대신 써준다고 해서 개발자의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해야 할 일의 모양은 이미 크게 달라졌다.
너무 빠르게 찾아온 변화
이 변화는 놀라울 만큼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방식으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 또 다음 단계에서는 무엇이 달라질지 나도 알 수 없다.
솔직히 걱정도 된다. 당장 내년에도 지금처럼 나에게 개발을 의뢰하는 고객이 있을까. AI가 더 빠르고 저렴하게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오랫동안 쌓아온 내 경험은 어떤 가치로 남을까. 30년 동안 익힌 기술이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예전과 같은 방식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불안한 마음으로 변화가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여러 이유로 미뤄두었던 일들을 시도해볼 때라고 생각했다.
미뤄두었던 것들을 시작하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다. 살아오면서 언젠가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게임 하나를 만들려면 상당한 예산과 여러 분야의 인력이 필요했다. 본업을 하면서 혼자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AI의 도움을 받으면 혼자서도 작은 게임을 만들어볼 수 있다. 물론 무엇이 재미있는지 생각하고, 어떤 게임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은 여전히 내 몫이다. 완성도가 대형 게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이디어를 실제로 움직이는 형태로 만들어볼 수 있다. 예전에는 머릿속에서 끝났던 생각이 이제는 시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연결해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일에도 도전하고 있다. 하드웨어 지식은 소프트웨어만큼 깊지 않다. 회로와 부품 앞에서는 모르는 것이 많고 작은 실수도 자주 한다. 하지만 AI에게 묻고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확인하면 그 빈틈을 조금씩 메울 수 있다.
이 글의 사진도 그런 작업을 하던 책상 위의 모습이다. 작은 전자 보드와 뒤엉킨 배선, 촬영 장비가 어수선하게 놓여 있다. 잘 정돈된 연구실과는 거리가 멀지만, 요즘 내가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는지는 솔직하게 보여주는 풍경이다. 이런 결과물들은 기회가 될 때 이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해볼 생각이다.
공부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AI가 바꾼 것은 개발만이 아니다. 영어와 일본어 같은 언어 공부도 AI와 함께 하고 있다. 예전에는 교재를 펴고 문장을 외우거나, 정해진 문제를 푸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지금은 AI와 대화를 나누며 내가 궁금한 표현을 바로 묻고, 틀린 문장을 고쳐 받고, 같은 상황을 여러 방식으로 연습할 수 있다.
선생님을 완전히 대신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AI가 언제나 정확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틀릴까 봐 주저하지 않고 몇 번이든 말해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나에게 필요한 속도와 주제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니 공부가 과제라기보다 작은 일상의 습관에 가까워졌다.
이 홈페이지도 오래된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 역시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 가운데 하나였다. 내 경험과 생각, 만들고 있는 것들을 한곳에 차분히 기록하고 싶었다. 하지만 고객의 일을 먼저 처리하다 보면 늘 뒷전으로 밀렸다. 디자인을 정하고 글을 다듬고 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었다.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아 그 시작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정리하고, 페이지를 만들고, 부족한 부분을 고치면서 조금씩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준 것은 아니다. 오래 미뤄두었던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해주었다는 편이 더 정확하다.
위협이자 기회, 그리고 새로운 도전
AI는 나에게 분명한 위협이다.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의 가치와 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앞으로 어떤 고객과 어떤 일을 하게 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동시에 AI는 새로운 기회다. 혼자서는 시작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에 손을 대게 하고, 잘 모르는 분야를 배울 수 있게 하며, 오랫동안 미뤄둔 일을 세상 밖으로 꺼내게 한다.
아마 이 두 감정은 앞으로도 함께 갈 것이다. 기대만 하기에도, 두려워하기만 하기에도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AI가 만들어주는 결과를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내 경험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계속 시험해보는 것이다.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가능하다면 그 미래가 오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싶다. 서툴더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시작하면서, AI와 함께 내 삶의 다음 버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고 싶다.
이 글은 AI를 활용하며 겪은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AI가 만든 코드와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결과를 검토하고 책임지는 일은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