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은 어디로 가야 할까.

요즘 서울 어디를 가든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명동은 길을 걷는 사람이 대부분 관광객처럼 느껴질 정도로 붐빈다. 화장품 가게와 길거리 음식점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고, 익숙한 간판 사이로 여러 나라의 말이 들려온다.

서울에서 오래 살고 일했던 사람으로서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사람들은 왜 명동에 가는 걸까.

나에게 명동은 명동교자다

물론 나도 가끔 명동에 간다. 하지만 이유는 거의 하나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칼국수집, 명동교자에 가기 위해서다.

이름만 들으면 만두나 교자를 전문으로 하는 곳처럼 보이지만, 나에게 명동교자는 무엇보다 칼국수집이다. 한국에는 멸치 국물에 애호박을 넣은 칼국수부터 바지락칼국수, 닭칼국수, 들깨칼국수까지 지역과 재료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칼국수가 있다. 그런데 명동교자의 칼국수는 그 어느 쪽에도 쉽게 포함되지 않는다.

걸쭉하고 진한 국물과 부드러운 면, 그 위에 올라간 고기 고명과 만두. 여기에 마늘 향이 강한 김치를 곁들이면 하나의 완성된 음식이 된다. 칼국수라는 익숙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아예 새로운 장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독보적인 맛이다.

천주교 신자인 엄마의 손을 잡고 처음 명동교자에 갔던 때가 아마 10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어느덧 40년이 넘는 단골인 셈이다. 자주 가지는 못해도 일 년에 몇 번은 꼭 들른다. 그곳의 칼국수를 먹는 일은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엄마,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잠시 한자리에 불러 모으는 일이기도 하다.

명동교자에 갔다면 근처 충무김밥집에 들러 충무김밥을 포장하는 것도 빼놓기 어렵다. 나는 이제 매운 음식을 예전처럼 잘 먹지 못하지만, 큰딸이 좋아하기 때문에 포장해 오는 편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명동을 찾았던 내가 이제는 딸이 좋아하는 음식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한 동네에 얽힌 기억도 세대를 따라 조금씩 모양을 바꾼다.

그러니까 나에게 ‘명동에 간다’는 말은 사실상 ‘명동교자에 간다’는 뜻이다. 그 외의 목적으로 명동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관광지로 잘 정리된 서울 말고, 사람들이 실제로 일하고 살아온 서울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유명한 곳이 반드시 서울다운 곳일까

광장시장도 비슷하다. 나 역시 몇 번 가보았고, 그곳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좁은 통로를 가득 채운 음식 냄새와 상인들의 목소리, 빈대떡을 굽는 기름 소리, 쉼 없이 오가는 사람들. 오래된 시장 특유의 활기와 에너지는 분명 여행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서울에 왔다고 해서 꼭 광장시장에 가야 할까.

적어도 내 주변에서 휴일을 보내기 위해 광장시장을 찾는 서울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현지인이 자주 찾지 않는다고 해서 여행할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아야 비로소 발견되는 도시의 표정도 있다. 다만 서울 여행이 명동과 광장시장, 몇몇 궁궐과 전망대만으로 반복되는 모습은 조금 아쉽다.

그 장소들이 서울의 일부인 것은 분명하지만, 서울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걷는 이유

그런 의미에서 나는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소개하고 싶다.

문래동에는 오래된 철공소와 금속 가공업체가 모여 있다. 낮에는 기계를 다루는 소리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골목을 채운다. 오래된 간판과 거친 철문, 작업의 흔적이 남은 바닥은 관광객을 위해 연출된 풍경이 아니다. 지금도 누군가가 그곳에서 기술을 익히고 물건을 만들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런 골목 사이에 작은 카페와 식당, 작업실과 전시 공간이 들어섰다. 오래된 공장 건물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공간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골목에서 벽화나 조형물을 만나기도 한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서로를 완전히 밀어내지 않은 채 어색하면서도 흥미롭게 공존한다.

바로 그 점이 문래동의 매력이다.

문래동은 과거를 말끔하게 지우고 새로 꾸민 동네도 아니고, 옛 모습을 박제해 놓은 전시 공간도 아니다. 여전히 작동하는 산업의 현장 위에 예술과 문화, 음식과 새로운 생활 방식이 조금씩 겹쳐지고 있다.

다만 이곳을 걸을 때는 한 가지 기억해야 한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누군가의 사진 배경이기 전에 실제 일터다. 작업 중인 가게 안을 함부로 들여다보거나 사람을 허락 없이 촬영해서는 안 된다. 무거운 자재와 차량이 오가는 길을 막는 일도 피해야 한다. 문래동의 진짜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며 천천히 걸어야 한다.

서울의 본질은 골목에 있다

서울은 궁궐과 초고층 빌딩이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다. 그러나 서울의 본질적인 개성은 유명한 랜드마크보다 이름 없는 골목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때가 있다.

빠르게 변하면서도 과거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 못하는 도시. 오래된 생업의 공간 옆에 새로운 취향이 자리를 잡고,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결국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도시.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그런 서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서울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명동에 가도 좋다. 광장시장도 충분히 재미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서 여행을 끝내지는 않았으면 한다. 하루쯤은 지하철에서 내려 목적지 없이 낯선 골목을 걸어보기를 권한다. 사람들이 실제로 일하고 밥을 먹고 하루를 살아내는 동네에 가보기를 바란다.

나에게 명동은 화려한 쇼핑 거리가 아니라 엄마와 함께 먹었던 칼국수의 기억이다. 그리고 문래동은 오래된 서울이 새로운 서울과 부딪치면서도 함께 살아가는 현장이다.

어쩌면 여행에서 오래 남는 것은 유명한 장소의 이름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시간과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 풍경,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척일 것이다.

서울을 조금 다르게 만나고 싶다면, 그런 기억을 품을 수 있는 곳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